[브랜드 이야기] 기능성 브랜드도 명품이 될 수 있다
‘사치성 소비’란 필요 이상 큰 비용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소비 행태는 자신의 부유함이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의 반대 개념은 ‘실용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브랜드도 ‘사치성 브랜드 (luxury brand)’와 ‘기능성 브랜드 (functional brand)’로 구분된다. ‘기능성 브랜드’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적 혜택이 적정 가격으로 판매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사치성 브랜드’는 기능적 혜택 외에 부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상징성이 더해진다. 비싼 가격, 매혹적인 디자인과 포장, 한정된 판매량 등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입장권 가격이 9000달러가 넘는 수퍼보울 경기를 관람하거나, 4000달러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매하거나, 30만 달러나 되는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사치성 소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수퍼보울 경기는 집에서 TV로 볼 수도 있고, 루이비통 대신 200달러짜리 코치 핸드백을 구매할 수도 있고, 람보르기니 대신 2만~3만 달러 대 차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예들은 ‘기능성 소비’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사치성 브랜드’와 ‘기능성 브랜드’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고 경계조차 모호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벤츠나 BMW, 또는 제네시스 자동차를 산다면 사치성 소비에 해당할까, 아니면 기능성 소비에 해당할까. 더 고급스러운 재료, 더 편리한 기능의 자동차를 원한다면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치성 소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남에게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는 욕망 때문이 아니라 안락함과 편안함을 위해 고가의 자동차를 원한다면 이를 ‘사치성 소비’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비싼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면 ‘사치성 브랜드’ 구매고, 대중적인 야마하 피아노를 선택하는 것은 ‘기능성 브랜드’ 구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과시용이 아니라 음향감과 자신의 만족을 위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구매했다면 ‘사치성 소비’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파운데이션 크림을 구매할 때 15달러 짜리는 기능성 브랜드이고, 150달러짜리는 사치성 브랜드인가? 하지만 파운데이션 크림은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지 타인이 알기 힘든 제품이다. 따라서 남에게 과시할 수 없는 제품이지만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비싼 크림을 산다면 이것을 사치성 소비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사치성 브랜드’와 ‘기능성 브랜드’의 개념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타인에게 자신의 부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구매한다면 그 브랜드는 분명 ‘사치성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시욕보다 편리함과 안락함, 고급스러운 기능을 원해 가격이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면 이는 분명 ‘사치성 브랜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기능성 브랜드’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 같다. 따라서 ‘기능성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기능성 시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고급화를 통해 ‘사치화’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능성 브랜드’의 사치화 (고급화)를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은 또한 기존 ‘기능성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능적 브랜드라고 기능적 측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기능의 고급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쾌적한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쾌적한 혜택’이 신분 과시용이 아니라 편리함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복스왜건의 비틀(Beetle)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풍뎅이 모양의 이 자동차는 1960년대에 ‘소형화(smallness)’라는 개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치라는 개념과 반대되는 가장 기능적인 자동차였다. 이 자동차는 매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똑같은 형태의 차였다. 그런데 만약 고객이 추가로 원하는 기능 가운데 큰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 기능들을 추가해 비틀을 ‘고급스러운 경제성(luxurious economy)’을 갖춘 또 다른 자동차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비틀 프리미엄’으로 시장을 개척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미다. 비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버진 에어(Virgin Air)’ 항공사는 아예 처음부터 기능성 브랜드를 사치화된 기능성 브랜드로 정립시켜 성공을 거둔 사례다. 버진 에어는 고객에게 경제적인 가격으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는 항공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음식,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철저한 개별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의 혜택 때문이다. 여기에 약간의 비용만 더 지불하면 탑승 수속 등 다른 면 에서도 편의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적은 추가 비용으로 ‘사치스러운 항공여행(luxurious flight)’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런 홍보에 관심을 보였고, 그 덕에 버진 에어는 경제적인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항공 여행을 할 수 있는 항공사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능성 제품 브랜드를 ‘사치스럽게’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은 필요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부심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전략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하나는 고객들이 새로운 기능이나 변화를 더 편하고 쾌적한 혜택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기능의 추가로 가격이 이전보다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는 브랜드 관리 전략의 세계적인 석학이며 권위자로 은퇴 전 USC 경영대학 브랜드 관리 센터장을 역임하였음. 박충환 / 전 USC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기능성 브랜드 기능성 브랜드 사치성 브랜드 기능성 소비